최근 몸무게가 늘어나 오랜만에 동네에서 조깅을 시작했습니다. 10분쯤 지나서 목이 말라왔지만 물통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지만 이왕 오랜만에 시작한 조깅이라 20분 더 하고 집에 들어가서 물을 마시기로 결심하고 계속 뛰었습니다.
시원한 물 한 잔
뛰는 동안 목마르다는 생각이 더 이상 나지 않았고 집에 가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실 그 순간을 기대하며 문을 급하게 박차고 들어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시원한 물이 담긴 물병에서 물을 콸콸 컵으로 부어 들이키며 “아, 이제 살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 같은 단순한 액체는 소화와 흡수에 약 30분이 걸리고 뼈 국물과 같은 복잡한 액체는 1시간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을 마시는 그 순간 이미 갈증이 사라졌습니다. 몸속 조직에 수분이 공급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말입니다.
공황장애가 있는 지인
내가 아는 지인 중에서 공황장애와 불안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예전에 사람이 붐볐던 큰 창고형 슈퍼마켓에서 공황장애가 와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그날 응급실에 신세를 졌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다른 슈퍼마켓에 가기로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주차를 하려고 주차장에 들어가자 차들이 미이 밀리고 있었습니다.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친구는 이전에 느꼈던 증상이 다시 오는 듯하여 결국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이야기도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내 친구는 실제로 사람들을 보지 않았고 이전에 공황장애를 경험했던 것처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도 않았는데 증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숨쉬기 힘들어지고 심장 박동이 올라가고 땀이 나는 경험을 실제로 하면서 말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두 가시 예시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 인간의 뇌는 예측을 하기 때문에 예측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경험한 모든 것을 스냅사진 형태로 저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려면 우리의 뇌는 최소한 자동차만큼 커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의 뇌는 신체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되 최소한으로 쓰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뇌는 스냅 사진으로 우리의 경험을 저장하지 않고 각각 경험을 모형으로 만들어 저장합니다.
우리 몸에 감각들
이런 모형을 만들려면 모형이 필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감각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감각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 정해집니다.
인간이 갖는 감각 수용체는 크게 시각, 청각, 후각, 몸의 균형에 연결되는 균형 감각 수용체가 있습니다.
피부 감각 수용기 종류
조금 더 자세하게 보면 우리의 피부는 더 많은 감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감각 수용체가 피부에 더 다양하게 존재하는 이유는 피부가 우리 몸을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부는 외부적 자극이나 변화가 우리 몸에 들어올 때 그 자극들이 우리 몸에 유해할지 유해하지 않을지 판단할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피부에 존재하는 수용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부에는 기계적 자극 슈용기, 온도 수용기, 유해성 자극 수용기, 화학적 감각 수용기가 존재합니다. 물론 이 수용기들에 대해 자세히 들어가자면 더욱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다시 뇌 이야기로 돌아가서 뇌는 두개골이라는 섬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갇혀 살기에 스스로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느끼지 못하고 때문에 뇌는 섬으로 들어오는 배들을 통해 그 배에 어떤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고 어떤 물건들이 오르기 내리는지 알게 됩니다.
즉 감각수용체와 신경로를 통해서만 세상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기억하고 모형화해서 저정했다가 다시 그것들을 통해 예측하는 것입니다. 즉, 기억한다는 것은 뇌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모형화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하기고 있는 모형을 통해 뇌는 예측을 하다가 처음 보는 배나 외국인들이 섬으로 들어올 경우 원래 가지고 있던 배나 사람들에 대한 모형에 비추어보고 수정해서 다시 인지하고 기억할 뿐입니다.
“아 저것들은 요즘 신형 배인가 보다, 저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르게 생겼네”하고 말입니다. 그래야지만 최소의 에너지로 효율적인 작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을 마신 직후 바로 갈증이 사라진 사례와 내 친구가 마트에서 들어가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 공황장애의 증상이 다시 발생한 사례의 중심에는 뇌의 이런 예측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험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뇌는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가지고 있는 모형으로 우리의 몸을 반응시켰습니다. 도대체 이것들이 만성 허리통증 관리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 얘기들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억해두기를 바랍니다. 뇌는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조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