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철학자들 - 나는 도시에서 농부로 산다]
자연의 철학자들 59회는 서울의 빌딩 숲 한가운데서 도시농부를 살아가는 이창희 씨의 철학을 만나 봅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싶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텃밭을 찾아 어딘가를 찾게 됩니다.
오늘 주인공은 자기 집의 20여 개 계단을 올라가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시농주 이창희 씨는 “화분 텃밭 수십 개가 무슨 농사야?”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게 1000평 못지않은 농지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쏟은 정성과 텃밭에 담고 싶은 철학에 자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10평이 넘는 텃밭에서는 무려 50여 가지 작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직접 씨앗을 발아시켜 키우고 있어 자식 같은 작물들이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싶어서입니다.
이창희 씨가 텃밭을 시작한 것은 6년 전으로 금융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자연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도시를 떠날 수 없는 현실에 고민을 하다 남산이 있는 도심지역을 택했습니다.
4층 옥상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서 4층까지 흙과 화분 등을 혼자 나르며 흘린 땀만큼 텃밭에서 누리는 행복은 크기만 합니다. 가족들이 먹거리를 자급자족할 수 있고 무미건조했던 날들이 식물의 성장과 함께 매일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이 되면 산과 들로 향했던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내 류경아 씨는 항상 대화에 껄끄러움이 생기고 소통이 잘되지 않아 답답했지만 텃밭을 가꾸며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며 생명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자급자곡의 재미를 느끼며 남편의 자연 사랑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작물을 키우면서 부부간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으며 남편과 함께 옥상 텃밭에 가는 일이 일상의 행복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화분 몇 개로 시작한 옥상 텃밭은 평범한 직장인들이었던 그가 도시의 자연인으로 바꾸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작물의 특성을 알게 되면서 숲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에는 샛강에서 맨발로 땅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햇빛과 물만 있으면 장소를 탓하지 않고 어디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식물들, 강인함을 체험하면서 도심 속 빈 옥상이나 골목길 작은 자투리땅도 아까워지고 있습니다.
작은 농사로 시작해 큰 숲을 만나고 다시 큰 숲의 다양한 생태계를 옥상 텃밭에 담아보려는 도시농부, 자신만의 작은 우주 속에서 행복을 만나고 이것을 통해 도시 속 작은 땅의 가치를 생각해 봅니다.